
페루 대통령, K-잠수함 계약 직접 체결…’국가 전략 사업’ 선언
페루 대통령 호세 헤리가 한국과의 잠수함 공동개발 계약 체결식에 직접 참석했다.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닌, 자국의 안보와 산업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국가 전략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통상 방산 협약은 국방부 장관급에서 처리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정상이 직접 등장해 협력의 상징성과 무게감을 배가시켰다. 이례적인 행보는 페루가 이 사업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페루 정부는 한국과의 기술 협력, 그리고 자국 조선 산업 기반 확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3,000m 심해 작전 대비…잠수함, 페루에서 직접 건조
이번 계약의 핵심은 단순한 잠수함 수출이 아니라, 페루 해역의 특수한 작전 환경에 맞춘 맞춤형 설계와 현지 건조라는 데 있다. 페루 연안의 최대 수심은 약 3,000m로, 여타 국가들과는 차원이 다른 구조적 설계가 필요하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수심 압력을 견디면서도 최신 전자전 및 통신 장비를 탑재한 설계를 제공한다. 해당 설계는 2025년 1월부터 약 11개월간 진행되며, 이후 페루 국영 시마 조선소에서 본격적인 건조에 돌입한다. HD현대는 설계부터 생산, 품질 관리까지 전반을 기술이전 방식으로 공동 수행할 계획이며, 이는 페루 조선 기술력 향상에도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K2 전차에 이어 K-잠수함까지…지상·해상 독점 계약 체결
페루는 이번 계약에 앞서 이미 K2 전차와 K808 장갑차 도입을 결정한 바 있다. 특히 이들 지상 무기도 단순한 수입이 아닌, 현지 생산을 통한 대규모 기술 협력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다. 현대로템과는 지상 무기 분야 독점 공급 계약까지 체결해, 향후 전차·장갑차는 오직 한국 제품만 도입하기로 명시했다.

지상에서의 K-방산 위상이 해상으로까지 확장된 이번 잠수함 계약은, 페루가 한국을 국방 파트너 이상의 전략 동반자로 보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페루는 수천 개 일자리 창출과 지역 산업 육성이라는 추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HD현대, 중남미 해군력 현대화 주도권 확보
이번 계약으로 HD현대는 중남미 방산 시장에서 압도적인 입지를 굳히게 됐다. 지난해 페루 해군과 4척의 수상함 건조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는 잠수함 공동개발까지 확장됐다. 단순한 제품 수출을 넘어, 장기적인 해군력 현대화 로드맵을 한국이 사실상 리드하는 모양새다. 한국 정부 역시 국방부, 방사청, 외교부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이번 사업을 총력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방산 외교의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K-방산이 단순 무기 산업을 넘어, 국가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파급력을 갖췄음을 상징하는 사례다.

페루, 한국 국방 모델 벤치마킹 선언…‘10년 투자 로드맵’ 공개
페루 육군은 한국의 K2 전차 개발과 국방산업 성장 모델을 본격 벤치마킹하고 있다. 단기적 무기 구매에 그치지 않고, 향후 10년에 걸친 기술 투자와 협력을 통해 자국 방산 자립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의 무기 시장이 지정학적 리스크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검증된 기술력+정치적 안정성’을 갖춘 한국을 전략 파트너로 선택한 것이다. 한국형 방산 모델은 이제 페루 안보전략의 근간이 되었으며, 이는 중남미 다른 국가들에게도 강한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K-방산 벨트’가 라틴 아메리카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